본문 바로가기
정치시사Q/정치 관련 가짜뉴스 판별

[팩트체크]갈등지수, OECD 3위인데... 정부관리능력은 ‘꼴찌’ 수준?

by 예리성 2021. 9. 25.
반응형

검증 대상

지난 2021년 8월 19일, 동아일보는 ‘韓 갈등지수, OECD 3위인데 정부 관리능력은 ‘꼴찌’ 수준’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2016년 국제통계를 인용 분석했다는 이 기사를 검증했습니다.

관련 링크

 

 

韓 갈등지수, OECD 3위인데…정부 관리능력은 ‘꼴찌’ 수준

한국은 사회 정치 경제적 갈등이 매우 심하고, 정부의 갈등관리능력은 꼴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가…

www.donga.com

 

 

“한국, 언론통제 등 정치갈등 OECD 4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 대한 법적·정치적 통제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biz.heraldcorp.com

 

선정 이유

검증대상인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만 보면, OECD에서 발표한 지수이고,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현정부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댓글에서 현 정부를 탓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8월19일, 헤럴드경제, ‘한국, 언론통제 등 정치갈등 OECD 4위’ 라는 기사에는 최근 여당 주도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6년 국제통계를 마치 현재의 통계인 것처럼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신의 통계 자료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검증 방법

 

관련 제안

 

[팩트체크 제안] 2021년에도 갈등지수가 세계 3위인가요?

전경련 "한국 갈등지수, OECD 30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아"(https://www.ytn.co.kr/_ln/0102_202108190953307984) 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료나 2016년 자료이더라구요. 2021년도에 기

factchecker.or.kr

 

판정 결과

OECD가 발표한 지표가 아닙니다. 전경련이 보건사회연구원의 방식으로 여러 데이터를 재가공한 것입니다. 전경련의 데이터는 사실로 확인됩니다. 다만 언론사의 헤드라인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서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검증 내용

1. OECD 발표자료인가? → 사실 아님

<갈등지수 관련 빅카인즈 검색 기사 제목>

일자 언론사 기고자 제목 및 링크
20210819 YTN 이광엽 전경련 "한국 갈등지수, OECD 30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아"
20210819 경향신문 노정연 전경련 “한국 ‘갈등지수’ OECD 중 3위 갈등관리능력은 하위권”
20210819 국민일보 김지애 부글부글, 대한민국이 끓는다 갈등지수, OECD 중 세번째
20210819 내일신문 범현주 한국 갈등지수 OECD 가입국 중 3위
20210819 동아일보 김광현 韓 갈등지수, OECD 3위인데 정부 관리능력은 ‘꼴찌’ 수준
20210819 디지털타임스 전혜인 "한국 국가갈등 OECD 중 3위 갈등관리 능력은 최하위권"
20210819 매일경제 이유섭 5년전 세계 3위 '갈등지수' 지금은?
20210819 머니투데이 한지연 한국 갈등지수 OECD 국가 중 3위 멕스코 이스라엘 다음 높아
20210819 문화일보 곽선미 “韓 갈등지수, OECD 30개국중 3위”
20210819 서울경제 전희윤 전경련 “韓 갈등지수 OECD 3위 갈등관리지수는 최하위”
20210819 아시아경제 정현진 "韓, 갈등지수 OECD 3위 '최상위권'인데 갈등관리능력은 하위권"
20210819 한겨레 김영배 한국 ‘갈등 지수’ OECD 3위로 최상위권 인구밀집도는 심각
20210819 한국경제 박수진 [천자 칼럼] 갈등 공화국
20210819 한국일보 김형준 대한민국은 여전히 ‘갈등의 나라’...갈등지수, OECD 국가 중 3위
20210819 헤럴드경제 김현일 “한국, 언론통제 등 정치갈등 OECD 4위”
20210820 국민일보 김지애 ‘울화통’ 한국, 갈등지수 3위 관리는 최하위
20210820 서울신문 오일만 [씨줄날줄] 한국의 갈등지수/오일만 논설위원

거의 모든 기사에서 OECD 발표자료인 것처럼 헤드라인을 쓰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발표한 전경련의 유정주 팀장과의 통화를 통해 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전경련 유정주 팀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 중 일부입니다.

Q) OECD에 들어가서 아무리 뒤져봐도 자료가 안 보여요.
A) OECD 여러 개의 지표와 다른 자료를 합쳐서 저희가 지수를 만든 건데, 보건사회연구원의 방식을 채택을 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해서 발표를 한 거예요. OECD에는 그 자료가 있지 않아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사회갈등지수라는 걸 만들었고 OECD 자료와 다른 기관 자료를 합쳐서 만든 거라 OECD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화 내용 중에도 나오지만, OECD의 지표가 아니라 전경련 연구팀이 국내 보건사회연구원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2014년)의 방식을 채택해서 여러 기초자료를 통합하여 만든 자료입니다. 기사의 제목에서 보이는 OECD 통계는 사실이 아닙니다.

 

Research@KIHASA: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repository.kihasa.re.kr

 

2. 2016년 비교 가능한 국제 통계를 인용 분석한 것인가? → 사실

* 전경련 유정주 팀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 중 일부입니다.

Q) 2016년 자료가 최대한인가요? 그 후에 나오는 자료는 없나요?
A) 국제 데이터를 쓰다 보니 OECD 비교를 해서 한꺼번에 다 맞출 수 없어요. 일괄적으로 데이터가 나오는 게 2016년까지더라고요.
Q) 인터넷에 기사가 많이 떴어요. 한국경제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이준석 대표, 여당 초선의원의 조국 사과문 등의 예를 들었어요. 2016년 자료라면 박근혜 정부 때인데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A) 저희는 그런 식으로 보도자료를 내거나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고 분명히 2016년 자료라고 했어요. 해석을 해보면, 2016년도에 그 정도의 갈등 뉴스가 나왔는데,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체감적으로 그 때보다 사회 갈등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어떤 극심한 이념적인 갈등, 지금의 예를 들자면 언론중개법 때문에 또 난리났잖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 결코 지금이 2016년보다 갈등 지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죠. 오히려 더 올라간 게 아니냐는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현재의 상황인 것처럼 헤드라인을 썼기 때문에 독자들은 오해하기 쉽습니다. 유팀장도 분명히 밝혔듯이 보도자료에는 2016년 자료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언론사들의 해석에 따라 현재 상황의 예를 들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정부가 갈등 관리를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래서 사회갈등지수에 관한 주요 언론사들의 네이버 댓글을 조사해봤습니다.

<갈등지수 관련 주요 언론사 네이버 댓글 모음>

대부분의 댓글들이 현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의 헤드라인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3. 언론 자유의 법적 제한과 뉴스 매체에 대한 정치적 통제 5위, 언론자유지수는 더 악화될 것? → 절반의 사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2014년)

 

이 도표에는 2011년 데이터까지 나옵니다. 2016년의 자료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쨌든 비슷한 추세라면 5위라는 기사는 절반의 사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2021년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2016년 70위였던 대한민국의 순위가 2020년에는 42위로 올라갔으며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3년 연속 아시아 1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법 때문에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동아일보의 기사는 추측이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4. 갈등관리지수?

위의 네이버 댓글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자들은 현 정부의 갈등관리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갈등관리지수에 관한 유팀장과의 대화 요약입니다.

Q) 갈등관리지수라는 것도 따로 있지요?
A)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갈등요인지수와 갈등관리지수, 두 가지를 냈어요.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갈등관리능력이 있느냐는 것이죠. 두 가지를 저희가 다 업데이트를 해서 낸 거예요.
Q) 보건사회연구원도 홈페이지가 있나요?
A) 연구 자료가 있어요. 거기서 검색을 하시면 나올 거예요. 보도 자료를 보시면 거기에 출처가 다 있고 설명이 있을 거예요. 연구 자료에 보면 사회갈등지수나 이런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 아실 수 있는데 그게 200페이지가 넘어요.
Q) 혹시 최근에 나온 갈등관리지수가 있나요?
A) 아니요 없어요. 그건 훨씬 옛날 자료예요. 옛날에 해 놓은 것을 말하자면 방식만 그대로 쫓아서 저희가 자료를 다시 만든 거예요.
Q) 어쨌든 2008년도에 4위였는데 2016년도에는 3위, 지금은 더 갈등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신 거군요.
A) 저희가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그렇게 해석을 한 거죠. 저희가 그렇게 결론을 내거나 해석하지는 않아요. 저희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그래서 오해를 살까 봐 저희 방식대로 한 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에서 만들어 놓은 방법론을 그대로 쫓아갔기 때문에 아마 데이터 자체는 뭐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 유정주 팀장이 제시한 데이터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갈등지수가 매우 높고 갈등관리 또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료는 2008년(이명박 정부)과 2016년(박근혜 정부)의 데이터를 기초로 한 것입니다. 순위도 거의 변동되지 않았습니다. 유팀장의 짐작대로 현재 순위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최신의 자료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검색해봤습니다.

 

5. 한국행정연구원, ‘사회갈등지수와 갈등관리방안’ (2018년 12월 28일)

 

전경련 유정주 팀장이 제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자료 외에 다른 자료를 찾아보던 중,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발행한 ‘사회갈등지수와 갈등관리방안’ (2018년 12월 28일)에도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2015년까지만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신의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관련 지표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 자료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갈등지수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이슈페이퍼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요약> 한국행정연구원이 개발한 사회갈등지수는 Dani Rodrik의 사회갈등 모형을 근간으로 하여 잠재적 갈등요인과 갈등관리역량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사회갈등지수는 “갈등관리역량의

www.kipa.re.kr

 

6. 갈등관리지수 최신 자료: 2019년

OECD 가입국 ‘갈등관리지수’(2019년). 전경련 제공

이 자료 역시 2019년에 전경련에서 같은 방식으로 여러가지 자료들을 재조합해서 만든 지수입니다. 전경련 기업제도팀 김재영 연구원과의 통화에서 이 자료를 언론사에 보내주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경향비즈, 전경련 “한국 ‘갈등지수’ OECD 국가 중 3위···갈등관리 능력은 하위권 에서 이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갈등관리지수는 2008년 29위에서 2016년 27위, 2019년 23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에 나오는 '꼴찌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경련 “한국 ‘갈등지수’ OECD 국가 중 3위···갈등관리 능력은 하위권”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세번째로 높다는 조사결...

biz.khan.co.kr

 

7. 통계청, ‘2020 한국의 사회지표 - 사회갈등 인식’ (2021년 3월 25일)

국내 자료이긴 하지만 2021년 3월에 통계청에 게시된 2020 한국의 사회지표 - 사회갈등 인식’ (2021년 3월 25일) 자료에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사회갈등을 인식하는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한국의사회지표 | 통계청

전체 사망원인통계 사회조사 생활시간조사 한국의사회지표 신혼부부통계 중·장년층행정통계 퇴직연금통계 생명표 한국의사회지표 2020 한국의 사회지표 담당자 배영신 담당부서 사회통계기획

kostat.go.kr

<사회갈등 인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2021.3.25)

 

전경련 유정주 팀장의 예상과는 달리 ‘수도권과 지방’ 요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에서 2016년 보다 갈등 인식이 조금씩 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기사의 헤드라인을 먼저 읽기 때문에 기사 내용을 자세하게 읽기 전에 선입관을 갖게 됩니다. 특히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독자들은 비난부터 나오게 됩니다. ‘일제감정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친일’과 ‘종북’,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로 정치성향이 나뉘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지역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사회갈등의 요소가 해소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부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뿐 아니라 언론도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결론

전경련에서 사회갈등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자마자, 많은 언론사들이 OECD에서 발표한 자료인 것처럼 헤드라인을 썼지만, OECD 발표자료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자료를 발표한 전경련 유정주팀장은 이 자료가 보건사회연구원의 방식대로 자신들이 여러가지 데이터를 가져와 재조합해서 지수를 만들었고 2016년까지만 업데이트했음을 전화통화로 밝혔습니다. 유팀장이 제시한 여러 연구자료들을 살펴보았지만 데이터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팩트체크 과정에서 뜬금없이 2016년의 자료들이 현재의 자료인 것처럼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동아일보와 헤럴드경제는 현재 논란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이 보도자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에서 독자들이 오해할만한 헤드라인으로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