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가 뭔가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추가 제재 조치로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속보로 나왔습니다.
※ 러시아 은행 7곳, SWIFT 퇴출…EU, 제재 발효
[2보] 러시아 은행 7곳, SWIFT 퇴출…EU, 제재 발효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럽연합(EU)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 7곳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제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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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SWIFT가 무엇이기에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걸까요?
1. 개요
SWIFT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입니다. 원래는 은행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텔렉스(Telex)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세계 달러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역사
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여개 금융회사가 회원사 간 자금 이동 및 결제업무를 위해 만든 폐쇄형 지급결제망입니다. 협동조합 형태의 비영리 기관으로 2022년 현재는 1만1000개에 달하는 전세계 금융회사(중앙은행 포함)와 기업이 가입해 있습니다. 미국의 FEB, 유럽의 ECB, 일본의 일본은행(Bank of Japan) 등 각국 중앙은행들에 의해 관리되며 현재 200여개 국가의 1만1000개 은행, 기관, 기업들이 사용 중입니다.
3. 작동방식
SWIFT는 직접 돈이 이동하는 채널은 아니지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입니다. 말하자면 은행들끼리 쓰는 메신저나 메일에 가깝습니다. 매일 평균 4200만 건의 트래픽이 발생하며 트랜잭션 주문, 체결, 외화 환전 등 온갖 종류의 메세지들이 이곳을 통해 교환됩니다. 은행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중단하면 돈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4. 러시아의 경우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한다는 것은 러시아 중앙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 기관, 기업들의 SWIFT 결제망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국가의 은행들과 통신을 차단하여 돈을 주고받을 수 없게 해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입니다.
SWIFT 지분은 3000개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1977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연간 1000만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4000만건으로 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송금망은 이 SWIFT를 거친다. 예를 들어 미국 LA의 기업이 서울의 다른 업체에 돈을 보내기 위해 미국 거래은행에 요청하면, 이 은행은 SWIFT 경제망을 B업체의 거래은행에 메시지를 보내 결제하는 식이다. 세계 금융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합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시킬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러시아가 SWIFT에서 퇴출되면 러시아와 해외의 금융기관 간 자금 송금이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러시아 은행 및 기업과 외국업체와 거래가 막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달러로 러시아 석유나 가스를 구매하는 기업은 러시아에 돈을 전달할 방법이 사실상 막히게 됩니다. SWIFT 퇴출은 러시아로 통하는 달러 공급선을 봉쇄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SWIFT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무기이다. 국제 달러 조달선인 SWIFT는 절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습니다.
러시아는 물론 수출 규모 세계 1위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수출대금을 SWIFT를 통해 받습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SWIFT를 통해 수출대금이 오가는 돈줄을 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바로 이 SWIFT를 바탕으로 달러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것입니다.
5.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책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이 같은 SWIFT 퇴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왔습니다. 미국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 결제를 늘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SWIFT 대응책 마련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작년 9월 러시아의 가스 기업 가즈프롬 산하 정유회사인 가즈프롬네프트는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기 급유 비용을 달러 대신 위안화와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즈프롬네프트는 중국 내 34개 공항에서 항공유 급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량이 불어나는 만큼 주요 상품의 자국 통화 결제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3년 연속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넘어섰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세관당국에 따르면 중-러 간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7% 이상입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은 12%를 넘습니다.
중국도 SWIFT 위협에 시달린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은 2020년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응하기 위해 SWIFT에서 홍콩을 배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화폐에 몰두하는 것도 이 같은 탄탄한 달러패권을 흔들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를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입니다.
중국이 달러 거래망을 우회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 디지털화폐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가 간 거래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쓰면 SWIFT 등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쓰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은행을 연결하는 금융 메시지 전달 시스템인 SWIFT는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국가와 1만1000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과 북한은 SWIFT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그러나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러시아를 SWIFT 시스템에서 차단하면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금융 거래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또 SWIFT를 러시아를 제재하는 무기로 사용할 경우 미국과 대립중인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추진하는 SWIFT 대안 체제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가담해 중-러 양국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약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국과 EU가 타협해 내놓은 제재안은 전면적인 것이 아닙니다.
6. SPFS(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
러시아 은행 가운데 유럽 국가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등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계 은행은 여전히 SWIFT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하는 벨라루스도 SWIFT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 방안을 경험한 러시아는 SWIFT 제재에 대비해 자체 금융 결제망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을 개발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를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과 연계시켰습니다. 러시아는 국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인 ‘미르(Mir)’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SPFS에 대부분 러시아 은행들만 가입했습니다. 미르 카드의 사용도 러시아 영향권 내에 있는 일부 동유럽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WIFT의 절대적인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통화패권이 바뀐 사례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넘어간 것이 유일합니다. 디지털화폐 등장으로 금융과 통화 체계가 단숨에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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