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9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y)를 개최했습니다. 약 110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민간 분야 관계자들을 초청해 화상으로 열린 이 회의는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됩니다. 화상 개막식엔 89개국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이번 회의는 미국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한 중국과 러시아를 협공하기 위해 우군을 최대한 넓히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려고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개막 연설 중 일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우려스러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나설 투사들이 필요하다.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
참석 정상들은 민주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일부 정상은 직설적인 어조로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의 공격성에 우려를 표시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훼손, 인권 탄압에 집단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러시아 지원을 받는 벨라루스와 중동 난민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의 태도를 직설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 대만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입니다.
첫 세션 발언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 민주주의 정상회의 실시간 지도자 대화 발언문
바이든 대통령님, 정상 여러분,
민주주의가 안팎의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시기에 많은 정상들과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바이든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인류는 민주주의와 함께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한때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웠다고 생각했고, 더이상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진부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안이하거나 오만한 생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며 성장했지만, 나라 안팎의 권위주의는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들 안에서도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커지고 있습니다.
번영과 함께 커지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고, 사회·경제적 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가짜뉴스가 진실을 가리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심지어 방역과 백신접종을 방해해도 민주주의 제도는 속수무책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설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적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방역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백신접종은 자신뿐 아니라 이웃을 위한 안전판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분명해진 것은 ‘개인의 자유’가 ‘모두를 위한 자유’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자유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함께 안전하고 함께 자유롭기 위한 민주주의의 전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불신과 혐오와 증오,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대해, 어떻게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정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부패 역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입니다.
민주주의의 우월성은 투명성과 공정에 있습니다.
부패는 사회적 투명성을 저해하고, 공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민주주의의 뿌리를 병들게 합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5년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가 매년 빠르게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 공익 신고자 보호제도, 돈세탁 방지법 같은 반부패 정책이 거둔 성과입니다.
한편으로 전자정부 시스템으로 정부 혁신과 행정의 투명성을 강화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것이며, 특히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ODA를 적극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정상 여러분,
한국은 반세기 만에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면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해 냈습니다.
거듭되는 권위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한국 국민들은 많은 숭고한 희생을 치렀고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지금도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나라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서면 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밤 10시 11분부터 11시 23분까지(우리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개최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화상)’에 참석하여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9~10일 이틀에 걸쳐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12개국이 참여한 본회의(Leaders’ Plenary) 첫 번째 세션에 발언자로 참석,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함께 이뤄낸 성공적인 경험을 토대로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류가 민주주의와 함께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번영을 이루었지만,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불평등과 양극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확고히 보장하되, 모두를 위한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며,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부정부패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며, 청탁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돈세탁 방지법 등 한국의 반부패 정책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개도국과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나누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이 반세기 만에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면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과 성과, 정책을 공유함으로써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에 기여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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