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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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이유
2020년 7월 31일,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소위 ‘임대차 3법’ 중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월세신고제’의 경우, 도입 근거인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1년 8월 4일 본회의를 통과해서 현재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 임대차 법 때문에 서울아파트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단지 새 임대차 법이 유일한 원인인지, 다른 원인은 없는지 검증했습니다.
검증 방법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세 거래 비중 데이터 확인
-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한국부동산원 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동향
-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증여건수
- 국가통계포털 주민등록인구현황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 갱신율
- 토지주택연구원 ‘공공임대주택 재공급 유형통합 및 대기자 명부 운영관리 방안: 영구 국민 임대 대기자 비율 추이
- 월세화 원인은? -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 확인
판정 결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데이터 분석 결과, 새 임대차 법 시행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단지 새 임대차 법 하나만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검증 내용
1. 임대차 3법 이란?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는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전월세신고제의 경우 도입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1년 7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8월 4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 6월 1일부터는 전월세 거래 등 주택 임대차 계약 시, 임대차 계약 당사자(집주인과 세입자)가 30일 이내에 주택 소재지 관청에 임대차 보증금 등 임대차 계약 정보를 신고해야 합니다.
2.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비중 추이
지난 2021년 9월 12일 연합뉴스의 기사는 새 임대차법 시행 1년 전 12개월, 즉 2019년 8월에서 2020년 7월까지의 데이터와 시행 후 13개월, 즉 2020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의 데이터를 비교했습니다. 새 임대차 법 때문에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었다는 증거로 이 데이터를 활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1년전 데이터만 제시했을까요? 그 이전의 데이터는 어땠을까요? 그것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면 이 주장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자료의 출처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구본기경제생활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의 데이터를 정리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 추이(2011년 8월~2021년 7월)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 자료: 구본기경제생활연구소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 추이 그래프
*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 그래프: 구본기경제생활연구소
※ 전체 임대차 거래 중에 전세 거래를 제외한 모든 거래, 즉 월세, 준월세, 준전세를 추출해 보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준월세, 준전세 거래 비중 추이(2011년 8월~2021년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뿐만 아니라 그 이전으로 확장하여 그래프로 확인해 보았더니, 2014년부터는 시행 전 1년의 28.1% 보다 모두 높았으며, 특히 2015년 8월에서 2016년 7월까지 연평균 36.5%(최고 40.8%)를 기록한 바 있었습니다. 새 임대차 법 시행 이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새 임대차 법 때문이라는 주장은 전후관계를 인과관계라고 단정짓는 오류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보통의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그래프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월세화의 원인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에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은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습니다.
※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김규정의 부동산 나우)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전월세 계약 시장의 그러한 환경 변화를 가져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얽혀 있습니다.”
※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토지+자유연구소 페이스북)
“전세 물량의 축소와 월세 물량의 증가는 저금리 기조로 트랜드가 바뀐 후 추세적으로 지속된 현상이며, 거기에 증여 등의 마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이분법과도 작별해야 옳다. 매매시장의 교란요인 중 하나인 전세는 축소되는 것이 타당하며, 정부가 전세대출을 통해 전세를 떠받히는 정책지향도 지양되어야 한다. 민간임대차 시장은 월세를 중심에 놓고 월세 임차인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전세난이 심각해진 두 가지 요인’)
① 저금리 기조(금리 수직 낙하)
* 자료: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기준금리의 변화와 월세 거래 비율의 관계
2008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는 최근 0.5%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8월에 0.75%로 약간 올랐습니다. 2008년에서 2019년 사이에 서울의 전세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던 반면 월세는 폭등했습니다. 2011년 8월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이 20%에 불과했지만, 2016년 41%까지 상승했다가 그 후 2019년 26%로 하락 후, 2021년에는 다시 40%까지 올라갔습니다. 서울의 전세 비중이 떨어지고, 월세 비중이 올라간 것은, 새 임대차 법 시행일인 2020년 7월 31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던 흐름입니다. 또한 최근 서울 전셋값 폭등의 출발선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인 2019년 7월이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1.75%였던 기준금리가 이 무렵 1.5%로 내려온 후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사이 0.5%까지 수직으로 추락했다가 최근에 0.7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상당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간이 만료된 전세를 연 5% 내외 수익률이 기대되는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② 매매가의 폭등에 따른 전세가 폭등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속 중인 집값 대세상승은 자연스럽게 전세가도 끌어올렸습니다. 매매가가 폭등함에 따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낮아졌지만 매매가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부담스러워서 월세 계약을 하거나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모자란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전세 계약의 경우, 전세가의 인상 자체가 부담이 된다 거나 추가 전세금 대출이 어려워 어쩔 수없이 반전세 등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 자료: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매매
※ 2021년 8월 20일 한겨레 임대차 3법 이전에 이미 ‘탈서울’(진명선 기자)
“서울의 높은 전세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무주택 서민들의 ‘탈서울’ 경향은 새 임대차법 시행 훨씬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서울 인구 100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은 한 해에만 전세대책이 세차례 나올 정도로 전세난이 심각했던 2015년(1002만2181명)을 지난 2016년(993만616명)의 일이었다. 2011년 이후 서울의 인구가 10년째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시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돌아서면서 전세난이 일상화된 일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 인구는 2011년 1024만9679명에서 2020년 966만8465명으로 10년 사이 58만1214명이 줄었다.”
* 자료: 국가통계포털 주민등록인구현황
③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 증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올해 5월 임대차 갱신율은 77.7%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평균(57.2%)보다 20%p 높아졌습니다. 갱신 계약의 임대료 인상률도 76.5%가 종전 대비 5% 이내였습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제가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 셈입니다.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된 후 이전보다 매물과 거래량이 주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2년을 더 거주하려는 임차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물이 줄다 보니 소규모 거래로도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고,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를 피한 임대인들이 임대인 우위 시장의 이점을 이용해 전세 호가를 올리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의 증가가 전세의 월세화 심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부분적인 증거를 전체로 확산하는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 자료: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④ 주택 투자규제, 늘어난 세금 부담, 증여 등
현 정부가 다주택자들에 대해 취득, 보유, 처분의 전 단계에 걸쳐 세금을 강화하려 하자, 다주택자들은 이에 대응하여 소유주택을 줄이려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주택자는 과세로부터 철저히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소유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여 등을 통해 1주택자의 모습으로 다주택자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새 임대차 법 시행을 기준으로 시행 1년 전과 1년 후를 비교해보면, 18,063건(2019년 8월 ~ 2020년 7월)에서 21,673건(2020년 8월 ~ 2021년 7월)으로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 이전 1년 2018년 8월~2019년 7월은 12,233건에서 18,063건으로 약 48% 정도 증가했습니다. 2021년 7개월 간 월평균 증여 건수는 새 임대차 법 시행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서울아파트 증여 건수
* 자료: 한국부동산원
⑤ 공공임대 대기자 7만가구…만성적 초과수요
※ 2021년 8월 20일 한겨레 전세난의 본질-임대차 시장 불균형 (진명선 기자)
“왜 서울을 떠나야만 했을까? 임대료 규제를 받는 임대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임대시장에서 임대료 통제를 받는 등록임대주택은 시장에서 갭투기 수단으로 왜곡되었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임대료를 규제하는 공공임대는 만성적인 공급부족, 초과수요 상태다.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운영호수는 2010년 43만7224호에서 2019년 65만1755호로 20만호 이상 늘었지만, 연평균 입주 대기 가구는 같은 기간 6만9024가구에서 7만81가구로 거의 변화가 없다(토지주택연구원, ‘공공임대주택 재공급 유형통합 및 대기자 명부 운영관리 방안’)."
* 자료: 토지주택연구원 ‘공공임대주택 재공급 유형통합 및 대기자 명부 운영관리 방안: 영구 국민 임대 대기자 비율 추이
결론
※ 다음은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한겨레 기고문 일부입니다.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로 인해 상대적 전세난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네 주거세입자의 주거권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주거세입자의 2년 주기 떠돌이 생활을 끝내겠다는) 임대차 3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는 언론사라면, 이전대로라면 내쫓겠어야 할 가구가 새로 도입된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여 내쫓기지 않은 현장을 찾아가 취재해야 할 것입니다. 한데 지금 거의 모든 언론사는 그 반대의 현장만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로 인해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 말고는, 전세 매물 소멸 현상과 임대차 3법 사이에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전세의 존속과 소멸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집값’이기 때문입니다(‘전세 놓기’는 미래에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주거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해 현재 가격에 집을 ‘찜’하는 행위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그 어떤 전문가도 임대차 3법을 이유로 왜 전세가 소멸하는지를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주장만 있고 논증은 없는 형국인 겁니다. 비이성적 흥분을 멈춥시다. 임대차 3법에 의한 전세난 논란은 코미디입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의 월세화 심화의 원인을 임대차 3법으로 돌리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당 대권주자들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습니다. 원희룡, 유승민 등대선 후보들도 졸속 입법된 임대차 3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임대차 3법 보완을 위해 전월세 계약을 새로 체결할 경우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갱신 때만 적용되는데 이를 새 임대차 계약 시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대차 3법이 지난해 입법화됐는데, 시장에서 볼 때 30년 만에 가장 큰 제도 변화이며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 게 맞다"라며 "정부도 임대차시장이나 전월세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는 면밀히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에 대한 전세 가격에 갭이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요한 점검이나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연합인포맥스)
검증을 통해 밝혔듯이, 전세 거래가 줄고 월세 거래가 늘었다는 주장은 단순히 새임대차 법 때문이 아니고 2006년부터 시작된 금리 하락의 기조에 따른 추세로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주택정책, 세금, 증여, 집값 급등 등의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전세의 월세화 심화를 임대차 3법과 결부시켜서 법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법안의 취지에 맞지 않는 비논리적인 공격일 뿐입니다. 공정한 언론이라면 임대인 입장이 아니라 집 없이 고통받는 서민의 입장에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법안을 강화하자고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집 없는 서민들에게 임대차 3법은 꼭 필요합니다. 기사를 통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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