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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플러스Q

[팩트체크]환경손익분기점: 텀블러 39회, 에코백 2만회?

by 예리성 202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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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대상

머니투데이 기사에는 에코백과 텀블러를 일정 회수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환경 보호 효과가 미비하며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근거로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연구소와 영국 환경청, 그리고 덴마크 기관의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그 근거 자료의 수치를 검증하고 최신의 데이터가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관련 링크

 

환경 지키려 샀는데… 텀블러·에코백의 배신 - 머니투데이

#대학생 조모씨(25)는 텀블러, 에코백 모으기가 취미다. 환경보호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하나 둘씩 사모으기 시작한 게 일종의 수집으로 발전했다. 모아둔 에코백과 텀블러...

news.mt.co.kr

 

선정 이유

텀블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과 달리 매번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과연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일까요? 설거지할 때 사용되는 물과 화학 세제 등을 다 따져보면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환경에 해롭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에코백의 경우, 가죽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동물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의 사용량을 줄이며 화학 처리 등의 가공을 하지 않아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분별한 생산으로 환경 보호의 의미가 퇴색하고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텀블러, 에코백처럼 여러 번 사용하는 제품은 지속해서 사용해야 환경 보호에 더 큰 효과가 납니다. 소위 ‘환경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과연 몇 번이나 사용해야 효과가 있을지 확인해보고 널리 알려서 조금이라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검증 방법

 

판정 결과

기사에서 제시된 각 기관들의 연구 자료 수치는 끊임없이 다른 기사나 연구자료에서 재생산되고 있지만 대체로 사실로 판단됩니다.

 

검증 내용

1. 텀블러, 몇 번을 사용해야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일까요?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 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주장은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가 인용한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 Martin Hocking 박사의 Reusable and Disposable Cups: An Energy-Based Evaluation(1994)의 연구에 따른 것입니다. 위 부분은 자칫 ‘다회용컵 사용이 환경보호 효과가 미비하다’라는 판단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에 연구자료를 검증한 결과 기사에 인용된 사용횟수는 사실이었습니다.

실험 방법은 세 가지 유형별로 폐기 지점까지 사용하는 동안의 에너지 소비를 평가, 분석했습니다.

  • 일회용컵 - 숲에서부터 완성된 종이컵으로 생산되는데 필요한 총 에너지
  • 다회용컵 - 원료에서부터 완성된 컵에 이르는 모든 처리 에너지
  •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이 사용했을 때 드는 비용

* 일회용컵 - 제조에너지, 다회용컵 - 다양한 식기세척기 사용

재질에 따른 종이컵, 플라스틱폼컵 사용 횟수

* 텀블러 1,000번 쓸 다짐 하고 구매하세요 라는 기사에서 1,000회는 위 도표의 '폼 플라스틱 컵 1,006회'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카드뉴스] 텀블러, 1000번 쓸 다짐 하고 구매하세요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이 활발히 시행되며 텀블러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텀블러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무려 45% 증

www.mk.co.kr

 

결론은 에너지 관점에서 다회용컵을 200회 이상 사용하면 제조 에너지량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가정이나 카페 등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세척이나 폐기전에 재사용하면 에너지비용과 환경 영향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재사용 컵 사용 회수당 에너지양 추이 그래프

 

그러나 이 자료는 오래 전에 발표된 것이어서 최근에 나온 자료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CIRAIG (캐나다 몬트리올의 Polytechnique Montreal과 ESG-UQAM School of Management, 스위스 시온의 HES-SO과 EPFL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

의 연구(Comparaison des options en fonction du nombre de réutilisations des tasses)에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Comparaison des options en fonction du nombre de réutilisations des tasses

 

컵의 재사용 횟수에 기반한 옵션 비교

출처: <https://claireb.tistory.com/188>

 

1년간 매일 커피 1잔씩 마신다는 설정으로 같은 환경 지표 조건에서, 컵을 5회부터 3,000회까지 재사용할 때 5가지 컵의 종류를 비교했습니다.

각 컵으로 커피를 소비할 때 전체 Life Cycle(물건의 생활 주기), 즉 컵의 생산, 배포, 세척, 사용 종료까지 포괄하며, 이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 인체 건강, 자원, 생태계의 질, 물 소비량, 총 5가지에서 각각 몇 회 이상 사용할 때 일회용 종이컵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친환경적인 재사용 컵 텀블러 사용 횟수

출처: <https://claireb.tistory.com/188>

 

도자기 컵은 210회 이상, 스테인레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폴리프로필렌 텀블러는 50회 이상, 폴리카보네이트 텀블러는 110회 이상 사용되면 일회용 컵보다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출처에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pixabay

 

2. 면재질의 에코백은 종이봉투나 비닐봉투에 비해 몇 번을 사용해야 효과가 있을까요?

“2011년 영국 환경청(UK Environment Agency)의 '수명 주기 평가' 연구에 따르면 비닐봉지(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종이봉투, 면 재질의 에코백 순서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각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종이봉투는 비닐봉지 보다 3번 이상 재사용돼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고, 면 재질 에코백은 비닐봉지와 비교 시 131번 재사용돼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면화 경작 과정 등에서의 탄소배출량 등을 감안했을 때 1회용 플라스틱 비닐봉투 하나보다 온난화 영향을 더 적게 하려면, 종이 봉투(Paper bag)는 3회,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bag) 백은 4회, 부직 폴리프로필렌 백(Non-woven PP bag)은 11회, 면 에코백(Cotton bag)은 131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한편, 2010년 논문 '비닐봉지의 딜레마'(Helen Lewis의 'Evaluating the sustainability impacts of packaging: the plastic carry bag dilemma')에 따르면, 비닐봉지의 경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개당 7.52kg 방출하는 데 비해 종이백은 44.74kg을 방출합니다. 믿었던 종이백이 비닐봉지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할 뿐 아니라 종이를 생산할 때 나무를 베고 농약 등 독성 화학물질들을 이용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천으로 된 일반적인 에코백은 주재료인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물을 사용하고 제품화 과정에서 온실 가스와 오염물질을 추가로 발생시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에코백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패션 아이템으로서 그 기능이 변질하였고 환경 보호라는 홍보 마케팅 판촉물로 남용되면서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있습니다. 진짜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 소비자라면 이미 있는 에코백이 낡고 닳아서 구멍이 뚫릴 때까지 사용합시다. 새로 에코백을 장만하겠다면, 이왕이면 원재료부터 헌 옷 같은 재활용 원료를 이용하는 것을 구매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Sarah Chai  님의 사진, 출처:  Pexels

3. 에코백이 비닐봉투보다 친환경적일 수 있는 횟수는?

“면 재질의 에코백은 비닐봉투보다 7100번, 유기농 면 에코백은 2만번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이 주장은 덴마크의 환경 및 식품부(The Danish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가 2018년 발표한 Life Cycle Assessment of grocery carrier bags 에 따른 것입니다. 연구자료를 검증한 결과 기사에 인용된 사용횟수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반 LDPE 캐리어 백과 동일한 환경적 성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가장 바람직한 폐기 옵션을 위해 소각 전 쓰레기통 백으로 재사용되는 캐리어 백의 일차 재사용 시간 계산

연구에서는 덴마크에서 사용되는 평균적인 LDPE 비닐백을 22리터, 평균 12킬로그램 무게의 1회용 식료품 쇼핑에 사용한 경우를 14개의 다른 소재의 가방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면 에코백은 식료품 쇼핑만으로는 최소 52회, 모든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 7100번 이상 사용되고 가능하면 쓰레기통 백으로 재사용, 그렇지 않으면 소각해야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유기농 면 에코백은 같은 기준으로 식료품 쇼핑만으로는 최소 149회, 모든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 2만 번 이상 사용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폐기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폐기물 전략과 정책, 순환경제, 재활용 기술 평가, 북유럽 협력 등 폐기물 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마리안 비검(Marianne Bigum)은 ‘Can it really be true that plastic bags are the environmentally better alternative? 라는 칼럼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면 생산방식의 최근 기술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덴마크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에코백이 비닐봉투보다 크기가 작아 비닐봉투 1장을 쓸 때 에코백 2장을 써야 한다는 가정으로 연구를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에코백을 사용할 경우 에코백의 사용횟수를 줄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GS칼텍스매거진

 

 

결론

텀블러와 에코백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종이가방이나 천 가방이 비닐봉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재질이 아니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스템 안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면서도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 팀장은 "공동체, 지자체와 정부가 대여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면서 '장바구니 대여 사업', '텀블러 대여 사업'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플라스틱 소비대국 韓...'쓰레기 수출국' 오명 벗을 수 있나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도 "고품질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정교화된 폐기물 분리 배출 시스템을 구축해 재활용 작업을 수월하게 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배출 자체를 줄일 수 있게 플라스

www.joongang.co.kr

 

환경부

 

이번 기회에 에코백과 텀블러의 원래 의미를 되새기며 하나의 제품을 진득하게 사용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런 작은 결심들이 모여 더 깨끗한 지구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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